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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 7시간 전

지금으로부터 거의 만 2년전인 2022년 10월 나는 이직과 함께 캐나다 토론토로 거주지를 옮기게 되었다. 기내 수하물 8개를 챙겨 아내와 함께 비행기에서 내리던 그날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과거 부모님이 점을 보고와서는 역마살이 있다 했는데 아직까지는 맞아 떨어지고 있다.

 

캐나다에서의 생활이 나쁘지는 않지만 타향살이를 하면서 아쉬운 점은 항상 있기 마련이다. 다행히 지금껏 한국을 오갈 기회가 두번 있었고, 글을 쓰는 지금은 그 두번째 방문의 마지막 저녁이다. 이제 7시간 후면 다시 14시간 반의 비행을 거쳐 일하러.. 돌아간다. 일하러 돌아간다는 점에서 즐겁지는 않다. 돌아가면 해야할 일이 산더미고, 개중에는 어떻게 풀어나가야할지 아직 갈피가 안잡히는 것들도 두어개 있다.

 

매번 서울을 떠날 때는 오래된 여자친구와 헤어지는 듯한 감정이다. 서울은 나의 고향이다. 많은 곳을 거치며 살아왔지만 또 그렇기에 광역의 서울이 곳곳이 좋던 나쁘던 내 추억을 때처럼 뭍히고 있다. 가족들, 내가 찾아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 사는 곳. 나를 기억하고 추억해주는 사람들이 있는 곳. 타지에서는 체험하기 어려운 기억에 바탕한 입체적인 관계가 있는 곳이다.

 

내가 대학시절부터 사회생활 초년차까지 살아온 부모님 집에서 지내고 있는데, 잠이 안와 앞에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왔다. 연로한 편의점 사장님이 알아봐준다. "어디 갔다왔지? 오랫동안 못본 거 같은데". 인사차 몇마디 나누고 돌아오는 길에 글을 쓰고 싶어졌다. 언제 다시 올 기회가 될지 모르겠지만 그때도 건강하신 모습으로 날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 사장님도 그리고 서울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