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학생 썸네일형 리스트형 09. 호북성의 보물, 은시 학기가 끝나간다는 사실에 다들 조급성이 일었는지, 여행가자는 말이 한창이었다. 점점 기말고사가 닥쳐오고 있으니, 그 주 주말이 바로 학기 중 마지막 여행이 될 것이었다. 몇몇이 모여 어디로갈까 여행지를 물색하다가 비용, 시간면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얻은 은시가 낙점되었다. 하남성으로부터 돌아온 게 월요일이었으니, 삼일 있다가 목요일에 은시로 출발한 셈이었다. 은시(恩施)는 우한과 마찬가지로 호북성에 속해있는데, 호북성 서쪽 끝에 위치한 관계로 거리가 매우 가깝지는 않다. 우한에서는 D차를 타고가는 데, 철도의 문제인지 기차의 속도가 시속 150km 미만에 머물러 4시간 남짓 걸렸다. 은시는 장가계와 여러모로 공통점이 많은 지역이다. 토가족이 많으며 역시 토가족-묘족 자치구라는 것, 그리고 산악지형이.. 더보기 08. 낙양에서부터의 즉흥여행, 하남성 중국에서의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말이 반년이지 4개월 조금 넘는 한 학기 동안 중국 각지를 여행하겠다는 목표 자체가 허황된 것이기도 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하는 데까지 발버둥은 쳐봐야지 않겠는가. 교환학생 중에 마음이 맞는 친구가 있었다. 막 6월이 되는 주말에 여행가자고 말 몇 마디 주고받은 당일, 먼저 출발해버린 그를 따라 다음날 나도 낙양으로 향해버린 것이다. 용문석굴 낙양에 내리자마자 숨이 턱 막힌다. 바야흐로 38도. 6월 초에 이런 날씨가 가능하단 말인가? 굉장히 건조해서 땀은 별로 나지 않았으나 피부는 타다 못해 따갑기까지 했다. 장안부터 낙양에 걸쳐진 고대 중국의 발원지가 쇠퇴하게 된 원인으로 많은 사람들이 자연적인 기후변화, 즉 사막화를 꼽는 데 이 햇볕이 그 근거가 될 수.. 더보기 06. 강남수향. 항저우와 쑤저우 5월 1일을 전후로 중국에는 노동절 연휴가 있었다. 듣고 온거보다 짧은 연휴였지만, 남들은 다 그때 여행을 가더라. 나는 그 기간 학교에 남는 대신 중국의 연휴기간이 끝나고 한국의 연휴기간이 시작된 5월 3일 항저우로 출발했다. 일찍이 항저우가 아름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에 여친님이 중국에 오실 때 들리자고 남겨놨었다. 쑤저우 : 졸정원, 산탕지에(山塘街),호구탑(虎丘) 여행기간 중 하루를 잡아 쑤저우를 당일로 다녀왔다. 지도 상으로 보기에 가까워 금방가겠거니 했는데 항저우에서 2시간 가까이 걸리더라. 타고나서야 상해를 지나가는 경로인 것을 알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상해 갔을 때 가는 건데.. 쑤저우에서의 첫 목적지는 기차역에서 가까우면서 검색 순위 상위에 올라있는 졸정원이었다. 16세기에 건립된 .. 더보기 #02.소소한 우한 구경 양저우에서 돌아온 그 다음날부터 재외선거기간이 시작되었다. 글을 쓰는 지금 이미 새 대통령이 선출되었는데, 요 며칠 쏟아지는 뉴스들을 볼때마다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반년 전, 추위에도 불구하고 광화문 앞에 나와 민주주의를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새삼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한커우(汉口) 그때로부터 반년이 지난 4월 말, 광화문의 봄은 멀리 우한까지 찾아왔다. 고맙게도 이 곳 우한에 영사관이 있어 편리하게 투표에 참여할 수 있었다. 영사관 내부는 관람하지 못했지만, 우한의 시내라고 할 수 있는 한커우 지역에 깊숙히 들어가 본 적이 없던 우리는 주변이나마 구경하고자 나왔다. 영사관 근처에는 떡하니 중산공원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전 글에 썼다시피 중국의 거의 모든 대도시에는 중산대로와 중산공원이 있다.. 더보기 05. 근대의 중심 난징, 운하의 도시 양저우 글이 많이 늦어졌다. 어쨋든 본분은 학생이니 공부가 우선이다. 그간 나는 패기 넘치게 전공수업들을 수강한 대가를 톡톡히 치루고 있었다. 길지 않은 교환학생 생활의 상당 부분을 열람실에 처박혀 보내면서 말이다. 난징으로 그렇게 두번의 주말을 그냥 보내고 나자 그간 외면해온 물음이 뇌리를 덮쳐버렸다. 난 왜 이 먼 곳까지와서 과제의 늪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는가? 수천 km 떨어진 곳에서 왜 또 열람실을 다니고 있는가? 충동적으로 표를 사버렸다. 내일 일은 내일 모레에 하자! 여행에서 돌아오는 다음날 아침 중간고사가 예정되어 있던 중국어과목 수업을 듣고 오후에 출발하자 저녁이 되어서야 도착했다. 어쨋든 서울 부산보다는 머니까 말이다. 짐을 풀자마자 야경이 이쁘다는 부자묘 지역을 보러갔다. 관광지 답게 전통적인.. 더보기 #01.고물디엔동 예전 글에도 썼지만 중국인들은 모두 친절하고, 중국 생활 다 좋다. 다만 하나만 안좋았다. 그 하나가 무엇이냐. 바로 디엔동이었다. 디엔동을 산지 한 50일 지났을까. 그동안의 이야기는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굉장한 수난사다. 내가 거주하는 외국인 기숙사에서 수업을 듣는 정보학부의 건물까지 2km나 되니 디엔동이 없이 지내긴 힘들었다. 손이 다치기 전까지 줄곧 다니던, 공학부에 위치한 헬스장도 걸어서 30분이 걸릴 정도이니 아무래도 일상이 편하려면 디엔동을 사야했다. 고로, 서문 바깥에 위치한 디엔동집을 찾게 되었다. 그곳에 가지 말았어야 했다. 동행해준 친구의 현란한 흥정으로 무려 100위안이나 깎고 구입한 첫 디엔동이다. 고작 반년 쓰다 갈 거 비싼 걸 살 필요가 없었기에 중고차만 봤다. 가격은 무.. 더보기 04. 함께 떠난 장가계 장가계로 가다 막 우한에 도착했을 당시의 급선무는 현지인 친구를 사귀는 것이었다. 교환학생이던 본과생이던(주로 대외한어과로, 학위가 주어지지만 역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다) 한국인 대부분은 어학당 개념의 국제학원에서 중국어 과목을 듣는데, 학생 분포가 이름 그대로 국제적인 구성을 갖추고 있기는 하지만(한국인이 40%) 아무래도 우한대학교 학생과의 접점은 적은 편이다. 아무래도 친구를 사귀기 위한 좋은 방법은 동아리를 드는 것이리라 생각했다. 우한대학교 학생들도 동아리 활동을 하는 데, 매학기마다 회원 모집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새 학년이 시작하는 9월에 모집활동이 이루어져 그 덕을 보지는 못했다. 결국 어렵게 사귄 친구들에게 물어물어 여행동아리를 발견하게 되었고, 나와 한국인 2명을 포함한 43명의 학생들.. 더보기 03. 중국의 미래, 상하이 글을 쓰기에 앞서, 갑작스럽게 찾아온 후배를 위해 기꺼이 시간을 내어 좋은 조언과 식사를 베풀어주신 선배님 부부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2주 전에 다녀온 상하이는 유람보다는 사람에 초점이 맞춰진 여행이라 상대적으로 보고온 바가 적은 편이고, 아무래도 워낙 유명한 곳이라 내가 소개할 수 있는 바가 많지는 않다. (근데 다음 포스트도 그런 곳이다.) 그렇지만서도 중국의 과거를 보려면 시안을, 현재를 보려면 베이징을, 미래를 보려면 상하이를 보라는 말이 있다. 그 말에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지만 중국유람기?를 작성하면서 어떻게 이 도시를 빼놓을 수 있을까. 낮에 써놓고 나갔던 내용들이 날라가버려 안그래도 골절로 고통스러워하는 검지손가락에 못할 짓 같지만, 다시금 써내려가본다. 상하이 전세계적으로도 아마 상하이.. 더보기 02. 역사 속의 우한대학교 주말마다 비가 와서 떠나지를 못했다. 비교적 가까운 거리로 꼽히는 충칭, 장사, 난징, 은시까지 매 주말마다 검색했지만, 이 나라는 날씨까지도 공유하는 지 저 모든 곳에 비가 온다해서 떠나지를 못했다. 그럼 무엇을 하며 지냈으냐. 수업이 만만치가 않아 이 먼 곳까지 와서 열람실에 앉아 시간을 보냈다. F만 안맞으면 되는 강의들인데, 그게 가능할지가 점점 의심된다. 공부하자고 온 게 아닌데. 벚꽃 속의 학교 학교 본원과 그 주변. 중국에서 기와장의 색깔로 제일 우선시되는 것은 당연히 자금성의 황금색이다. 그 두 번째가 저 건물과, 우한대 대부분의 고건물들 위에 씌워진 공작란이다. 그래도 포스팅만할 것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우한대학교에 벚꽃이 피었다. 학교는 말 그대로 인산인해. 사진을 찍으러 들어온 관광.. 더보기 01. 중국, 우한에 오다 블로그를 시작하다 블로그를 해야겠다는 결심은 중국에 오기 전부터 했었다. 나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 공유해야할 필요성을 체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시작하자니 여간 귀찮은 것이 아니라 주저하다보니 어느덧 시간이 이렇게 흘러버렸다. 중국에 오고, bab2min형에게 초대장을 받아 블로그를 개설하고나서도 첫글을 쓰기까지 긴 시간이 흘러버렸다. 정착을 하는 과정에서 이 곳의 지루한 사무처리로 인해 많은 시간을 뺏겨서 이기도 하지만, 블로그 첫글이 될 우한에 대한 소개를 보다 완결되게 하고자하는 욕심도 있었다. 그러나 차일피일 미뤄지는 시간에 마음이 조급해졌고 무엇보다 완결적인 글을 쓰기 위해서는 중국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이 우한대학교 캠퍼스에 벚꽃이 피기를 기다려야했다. 오늘도 수업이 끝난 뒤 답사..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