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히 오랜만에 글을 쓴다. 마지막 글이 2018년 1월이였으니 거진 4년만이 될 것 같다. 그동안나는 대학을 졸업했고 직장을 얻었으며 결혼을 했고, 우한을 소개했던 이 블로그도 코로나 덕분에 잠깐 조회수 호황기를 지났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 과거에 적은 글들을 보니 부끄러운 점이 많다. 그만두고도 싶지만, 시작한 이야기를 마무리하지 못했다는 부채감이 있어 블로그로 돌아오게 되었다.
변명을 하자면 이번 이야기를 쓰기가 쉽지 않았다. 중국 체류 기간 중 가장 불쾌한 경험을 했었기 때문이다. 서술하기가 고통스러운 일이여서 본문은 지난 4년간 드문드문 작성한 글을 짜집기한 형식이 될 것 같다. 이제는 아무도 찾지 않을 블로그지만, 이야기는 끝내기는 하자고 스스로 약속을 했었으니 늦었으나마 계속해보려 한다.
리장의 첫 밤. 수허 고전

루구호에서 리장으로 돌아오는 길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사진이야 단순한 교통사고지만, 절벽 아래로 추락한 차들이 드문드문 보였으니 꽤나 공포스러운 길이였다.
리장고성이 많이 상업화가 된 것에 반해 수허고전(고성의 일종)은 상대적으로 좋다는 인터넷 정보를 보고 그곳으로 향했다. 그러나 상업화가 엄청난 것은 리장고성과 다를 바가 없었다.




이날 저녁에 내리고서 수허고전을 오래도록 걸어다녔다. 고전 전체가 분위기가 꽤나 좋았다. 그대로 하룻밤 정도를 더 묶고 떠날수도 있었다.

수허고전을 한바퀴 돌아보고 유스하우스 숙소로 돌아왔을때, 나는 맥주 한잔을 하고자 한켠에 차려진 바로 들어섰다. 그 바에는 막 공연을 마친 밴드 무리 한 테이블만 남아 담소를 즐기는 중이였다. 그들이 홀로온 내게 합석을 권해 같이 앉게 되었다.
불편한 경험은 이 무리에서 시작되었다. "친구, 같이 앉을래?"라는 식의 인사를 듣고 합류했던 그 무리는 뭐랄까 불편한 민족주의 감정이 꽤나 있던 집단이었다. 중국 각지에서 온 5명의 혼성 집단으로 이루어진 그 밴드와 한 시간 가량 즐겁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일어서려는 찰나, 개중 하나가 한국 남자들 중국 여자들한테 인기 많더라 라는 식으로 비아냥 거리기 시작했고, 농담으로 받아 넘기려는 나의 말꼬리를 잡고 그걸 시비로 발전시키더니 어김없이 사드와 역사 문제가 거론되기 시작했다.
모든 국가는 각각 민족주의적 정신을 어느 정도 교육하고, 자부심을 갖게 하는 와중에서 잘못된 사실을 맹신하게 되거나 더 나아가서 그로부터 거짓된 신념을 맹신하게 될 수도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도 분명히 그런 사람들이 있었고, 중국에서도 홍위병이 있었다.
그날 나와 논쟁한 멤버들은 본인들이 각각 맹신하는 역사적인 상상이 있었고 한국에 관한 성토가 시작되자 이내 서로 간의 모순에도 불구하고 논리를 초월한 민족주의 만리장성으로 합쳐져 나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일어나는 게 현명한 행동이었겠지만, 역사 이야기까지 나오니 정정을 하고픈 욕구를 이기지 못했고 수시간 탱킹을 하게 되었다.
다행히 밴드 중에 상식을 가진 이가 있어 적당한 중재를 해준 덕에 파국을 면했으나 화가나서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였다. 그 밤의 모든 대화가 아직 기억에 생생하지만 이만 줄인다. 그들 또한 중국인이겠지만, 내가 만난 모든 중국인을 대표할 수 있는 사람들은 아닐테고, 그들에 대해 더 서술하는 것은 모든 중국인에 대한 모욕이 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나간 과거는 뒤로하고 디엔동을 빌려 주변 구경에 나섰다. 관광도시 리장은 주변에도 볼 것이 많았다. 수하고전은 리장에서는 조금 더 떨어져있기도 했고, 수하고전까지 나온 것은 주변 지역을 돌아보려는 목적이 있었다. 다음날 나는 디엔동을 빌려 주변을 돌아보았고, 그 과정을 어떤 친구 또는 형님과 같이 한 것 같다.

그런데.. 솔직히 갔던 곳의 지명과 무엇보다 나와 하루간의 디엔동 여행을 같이한 이 분의 얼굴도, 어떻게 만났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사진과 구술만으로 계속하겠다.






























'중국(2017.2~) > 여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8. 대리를 지나, 귀향 (0) | 2022.08.18 |
---|---|
16. 쉬어간 호수, 루구호 (0) | 2018.01.02 |
15. 티베트의 샹그릴라 (0) | 2018.01.02 |
14. 만년설이 있던 야딩 (1) | 2017.11.12 |
13. 성도, 그리고 캉딩 (1) | 2017.10.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