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중국(2017.2~)

18. 대리를 지나, 귀향 2017년 방학 여행을 다닌 것은 한달 남짓이었는데 마지막 글을 쓰는 지금은 딱 그때로부터 5년이 더 지난 것 같다. 그동안 바래진 기억 속에 흐릿하게 나마 남아있던 즐거운 추억과 부채감을 회상시켜준 것은 시안 여행을 함께한 친구가 최근 연재하기 시작한 여행기 덕분이다. 리장 다음으로 대리를 들렸는데, 체감하기로 너무 좋았다. 무엇보다 날씨가 환상적이여서 체류를 며칠 늘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흐릿한 기억이나마 사진과 함께 늘어놓겠다. 리장에서 대리는 기차를 타고 이동했고, 기차역에서 대리고성까지는 다시 1시간 가량 차를 타고 이동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대리는 이전에 들린 다른 여행지들과는 달리 외국인 여행자가 상당히 많았고, 들린 유스호스텔에서도 다양한 국적의 여행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유스호스텔에는 .. 더보기
17. 리장 굉장히 오랜만에 글을 쓴다. 마지막 글이 2018년 1월이였으니 거진 4년만이 될 것 같다. 그동안나는 대학을 졸업했고 직장을 얻었으며 결혼을 했고, 우한을 소개했던 이 블로그도 코로나 덕분에 잠깐 조회수 호황기를 지났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 과거에 적은 글들을 보니 부끄러운 점이 많다. 그만두고도 싶지만, 시작한 이야기를 마무리하지 못했다는 부채감이 있어 블로그로 돌아오게 되었다. 변명을 하자면 이번 이야기를 쓰기가 쉽지 않았다. 중국 체류 기간 중 가장 불쾌한 경험을 했었기 때문이다. 서술하기가 고통스러운 일이여서 본문은 지난 4년간 드문드문 작성한 글을 짜집기한 형식이 될 것 같다. 이제는 아무도 찾지 않을 블로그지만, 이야기는 끝내기는 하자고 스스로 약속을 했었으니 늦었으나마 계속해보려 한다. .. 더보기
16. 쉬어간 호수, 루구호 샹그릴라에서 리장까지는 버스로 4-5시간 정도 밖에 안 걸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전 버스 여행들과는 달리 가는 길들이 포장도 잘되어있고 휴대폰도 잘 터져 안락하게 갈 수 있었다... 이렇게 쓰니 이전 여행들이 정말 힘들었던 것 같다. 리장은 그 스스로도 유명한 관광지인 동시에 운남성 북부 교통의 중심지다. 도시도 적지 않은 규모고 말이다. 다만 리장에 처음 발을 내딛으은 저녁은 리장을 둘러보기보다 다음 목적지인 루구호로 가는 버스표부터 샀다. 역시 샹그릴라의 한인민박에서 추천을 받은 곳으로 쉬기에 좋다고 말씀을 하시기에 지난 몇주간 쌓인 심신의 피로를 풀고자 가게 되었다. 짐을 풀은 버스터미널 근처의 게스트 하우스에서는 꼬치구이 파티가 열리고 있었다. 흔쾌히 그곳에 와있는 사람들과 맥주 몇잔을 들이키고.. 더보기
15. 티베트의 샹그릴라 지옥 같던 학기를 마치고 돌아오니 완성하지 못한 글이 남아 있다. 무려 11월 22일에 처음 써놨던 것을 새해가 되어서 이어간다. 제목이 오해를 부를 수도 있는데, 여기서 샹그릴라는 운남성의 샹그릴라가 맞다. 티베트에 위치한 것이 아니다. 사람이 바빠지는 것은 대단한 이유가 없다. 할 수 있다는 마인드로 일상에 하나씩 끼얹다보니 어느 하나도 제대로 못하는 삶을 사는 것 같다. 수업이 끝나기 무섭게 도서관에 들어가 폭풍 코딩을 하다가 막차를 타고 집에오면 내가 지금 무얼 위해 이러고 사는가 회의감이 든다. 사람은 즐겁기 위해 산다는 게 내 지론이다. 주변인을 즐겁게 해 줄 책임마저 못하고 살다 벌써 겨울이 되었지만 다행히 내게는 아직 소비할 즐거운 기억이 남아 있다. 15번째 포스팅하는 샹그릴라에서는 정말.. 더보기
14. 만년설이 있던 야딩 늦어지는 업로드에 블로그를 방치해버린 것은 아닌가 싶을 수도 있을테다. 블로그를 잊은 것이 아니라 우선순위가 밀리다보니 글이 늦어졌다. 11월 초의 일요일 오후, 도서관 뒷문 앞에 단풍이 이쁘게 들어있었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니 여름의 여행이 생각났다. 시험을 앞두고 바람직한 일은 아니겠지만 이 와중에도 좋았던-놀았던- 기억을 되새겨보고 싶어-놀고 싶어- 글을 시작해본다. 캉딩에서의 투어를 마친 다음날 새벽, 나는 5시에 기상해 버스터미널로 갔다. 다음 목적지는 따오청(稻城), 유명한 풍경구인 야딩으로 들어가는 관문이었다. 이날 버스를 얼마나 오래탔는지 자세히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못해도 10시간은 넘었다. 정-말 힘든 버스 탑승이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최악은 아니었다. 돌이켜보면 포장된 도로를 달렸다는.. 더보기
13. 성도, 그리고 캉딩 추석이 지난 지금은 이미 10월 초, 그 동안 굉장히 시간이 많이 지난 것 같은데, 여행을 다녀온지 두달 밖에 안지났다니 묘하다. 삶이 바빠 블로그 챙길 여유가 없었다기보다는 사실 사람이 부지런하질 못해 글이 늦어졌다. 시작했으니 끝은 맺어야지! 성도, 청두 사천성의 성도인 성도..는 워낙 유명하기도하고, 중국 내륙지방을 찾는 관광객들이 이래저래 많이 거쳐가는 도시다. 길게 소개하지 않아도 되리라 생각한다. 성도에는 4박 5일간 머물렀는데, 당시 7월 중순, 왜 중국 4대 화로에 청두는 안 들어있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날씨가 너무 더웠다. (그 의심은 귀국 전 우한에 들리자마자 해소되었다.) 한국에서 찾아온 친구가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도 했기에 성도에서는 4박 5일간 먹방을 했다. 따라서 블로그.. 더보기
12. 사천의 또 다른 고도, 낭중고성 어디까지 썼더라. 나는 아무튼 낭중고성에 도착했다. 낭중에 대해 잘 알지도 못했고, 인터넷도 잘 안터져 더 알아보지도 못했다. 기차역에서 내려서는 디디(滴滴出行, 우버와 비슷하다)를 불렀는데, 그 기사가 해준 설명만 듣고서는 고성에 들었다. '낭중은 소고기가 유명하고, 식초가 유명하다'더라. 이전에 상해에서인가 우한으로 돌아오면서 앞자리 아저씨의 발냄새가 너무 심해 식초에 발을 담궜다 나온걸까 상상을 했는데 여기선 실제로 식초로 족욕을 하더라. 식초 냄새가 맞았나보다. 낭중(阆中) 광원에서, 그리고 서안에서도 외국인이라고 숙박 거절을 당한 일이 있어 이번에는 숙소를 예약하기에 앞서 미리 전화를 해뒀다. 나이가 꽤 있으신 아주머님이 받으셨는데 외국인은 한번도 안받아보았다고 하면서도 재차 어떻게 안되겠냐고 .. 더보기
11. 가장 아름다웠던 풍경, 구채구 구채구로 가는 길 와, 시안에서 구채구로 가는 길은 정말 고되었다. 우선 시안에서 7시간 가량 기차를(똥차 K차였다) 타고 사천성의 광원(广元)으로 향해야했다. K차는 좌석도 매우 좁고, 그보다도 힘든 것은 그 시끄러움과 더러움이다. 전날 밤을 새버린 덕분에 그 상황에서도 잠이 잘와 무사히 광원까지 도착했다. 광원에서는 구채구로 가는 버스를 타야했는데, 그 버스가 새벽에 출발하기 때문에 오후에 도착한 나는 광원에서 하루를 묵을 수 밖에 없었다. 버스터미널 주변으로 숙소를 구하는데, 값싼 숙소들은 외국인을 받지 않는다고 거절하기에 어쩔 수 없이 하루 130원에 달하는 객실에서 묵어야했다. 방은 매우 구렸다. 광원은 측천무후의 고향이어서 심심한 구경거리가 있는 듯 했지만, 너무 피곤했고 날은 너무 더워 숙소.. 더보기
10. 중국의 과거, 시안 시작하며 매우 오랜만에 글을 쓴다. 우한대학교에서의 교환학생 기간을 마치고나서 나는 한달간의 여행을 다닌 후 한국으로 돌아왔다. 긴 여행이었다. 일주일 남짓이 지나 이제 짐을 풀고 일상으로 돌아오고 있는데, 마치 중국에서의 반년이 없어진 마냥, 모든게 너무 자연스럽다. 이대로 그 시간을 잊어버리는 게 너무도 빠를 것 같더라. 그 시간을 정리하는 일이 조급해진 이유다. 여름 방학 기간 동안의 여행은 내가 중국에 교환학생을 가기로 한 가장 궁극적인 목적이었다. 우한대학교에서 여기저기 나돌아 다니기 전부터 나는 중국의 서변을 관통하는 여행을 꿈꾸고 있었다. 신장위구르부터 티베트를 거쳐 사천, 운남에 이르는 노선을 말이다. 그러나 그 꿈은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티베트 여행을 떠나는 게 힘들더라. 아니 비싸다고.. 더보기
09. 호북성의 보물, 은시 학기가 끝나간다는 사실에 다들 조급성이 일었는지, 여행가자는 말이 한창이었다. 점점 기말고사가 닥쳐오고 있으니, 그 주 주말이 바로 학기 중 마지막 여행이 될 것이었다. 몇몇이 모여 어디로갈까 여행지를 물색하다가 비용, 시간면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얻은 은시가 낙점되었다. 하남성으로부터 돌아온 게 월요일이었으니, 삼일 있다가 목요일에 은시로 출발한 셈이었다. 은시(恩施)는 우한과 마찬가지로 호북성에 속해있는데, 호북성 서쪽 끝에 위치한 관계로 거리가 매우 가깝지는 않다. 우한에서는 D차를 타고가는 데, 철도의 문제인지 기차의 속도가 시속 150km 미만에 머물러 4시간 남짓 걸렸다. 은시는 장가계와 여러모로 공통점이 많은 지역이다. 토가족이 많으며 역시 토가족-묘족 자치구라는 것, 그리고 산악지형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