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저우에서 돌아온 그 다음날부터 재외선거기간이 시작되었다. 글을 쓰는 지금 이미 새 대통령이 선출되었는데, 요 며칠 쏟아지는 뉴스들을 볼때마다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반년 전, 추위에도 불구하고 광화문 앞에 나와 민주주의를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새삼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한커우(汉口)
중국 공안들이 와서 지켜(?)주고 있었다
그때로부터 반년이 지난 4월 말, 광화문의 봄은 멀리 우한까지 찾아왔다. 고맙게도 이 곳 우한에 영사관이 있어 편리하게 투표에 참여할 수 있었다. 영사관 내부는 관람하지 못했지만, 우한의 시내라고 할 수 있는 한커우 지역에 깊숙히 들어가 본 적이 없던 우리는 주변이나마 구경하고자 나왔다.
손문과 그의 부인
영사관 근처에는 떡하니 중산공원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전 글에 썼다시피 중국의 거의 모든 대도시에는 중산대로와 중산공원이 있다.
수질은 영 그렇다
돌아가는 관람차!
운행도 안했지만 도무지 탈 엄두가 안나던 놀이기구
빠질 수 없는 구혼정보지. 집중한 채 배우자감을 물색하는 사람들
중국에서는 작은 편에 속하는 공원이지만 놀이공원부터 셔틀버스까지 갖출 것은 다 갖추고 있더라. 한창 꽃가루가 날리던 시기다보니 기침을 연발하면서 결국 공원 구경을 마치고 나왔다. 그리고.. 음.. 왜 이렇게 쓸말이 없을까?
장한루(江汉路) 초입
장한루 중심가 야경
우한은 한커우, 한양, 우창의 세가지 도시가 합쳐서 형성된 도시인데, 개중 한커우는 중국 4진의 하나로 오래전부터 유명했다고 한다. 교통의 요충에 위치한 연유로 근대에 이르러서는 상해와 마찬가지로 이 곳에 열강들의 공동조계지가 세워지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일찍이 금융업과 상공업이 발전해 지금도 우한의 경제적인 중심지로 기능한다. 우한에는 장강 외에 한강(汉江)이 있어 한커우와 한양의 지명은 거기서 유래한다.
또한 근대적인 분위기의 건물들, 이국적인 식당과 카페들도 많아 외국인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한다. 우리도 굳이 이곳까지와서 한국 식당에 가서 저녁을 먹고 분위기 좋은 곳에서 맥주 한 잔을 하기도 했다.
강변(江滩), 우한에서보는 장강 폭은 서울의 한강과 비슷한 정도인 것 같다
서울로 치면 T-머니에 해당되는 우한통을 이용해 염가에 탑승할 수 있다
강변에도 공원이 조성되어 있는데, 4월 말에 벌써 개구리 소리가 들끓더라. 강변의 양쪽에 올려진 건물들은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제되고 있는 지 카드 섹션 마냥 통일적으로 움직인다. 과연 저것이 미적으로 바람직한지의 문제를 재고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장강을 건너는 육로가 가까이에 없는 대신 배를 타고 강을 건널 수 있다. 가격은 무려 2(한화 320원 정도)원, 저녁에는 6원이다. 배가 일상적인 교통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풍경이 생소했다. 강에는 많은 배들이 떠다니고 있었는데, 교통혼란은 수상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아 경보음을 배경음악 삼아 스릴있는 탑승을 경험할 수 있었다.
동호유원지
동호의 서쪽, 호북성 박물관이 있는 지역이다. 굴원기념관에서 내려 걸었다
한커우를 다녀오고나니, 그동안 다른 지역으로만 나돌고 정작 우한 자체는 그다지 다녀보질 않았다는 반성이 들어 주말에 동호로 나왔다. 동호 여기저기에 공원들이 조성되어 있는데, 그 중 서변으로 갔다. 도로밖에 안놓인 학교 바깥 동호변의 삭막한 풍경과는 달리 아주 상쾌한 풍경이 펼쳐져있다.
아름답지만 벌써 날은 더워 뙤양볕 아래의 저 다리를 걸을 엄두가 안난다
사실 서호, 현무호, 수서호 등 중국에서 유명하다는 호수들에 비해 우한의 동호도 크게 빠지지 않는다. 내 눈대중을 기준으로 규모면에서는 동호가 제일 크다.
찾아보니 서호의 6배라고 한다. 헐. 중국에서 두번째로 큰 성중호(城中湖)로 제일 큰것은 탕순호(汤逊湖), 마찬가지로 우한에 위치해있다. 이러니 정말 호수 속의 도시가 맞다. 지도에서 우한을 검색하면 물이 어찌나 많은 지 놀라게 된다.
한편, 동호가 중국에서 유명하지 않다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다. 현무호와 서호 등과 비교해보았을 때, 동호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은 주말에도 한적하게 산책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물론 이 곳 동호도 사람이 적은 편은 절대 아니지만, 주말에 찾아온다고 해도 중국인들에게 사람 머리통보러 가는 꼴이라며 놀림 받을 일은 없다.
학교쪽에서 동호를 바라보면 항상 이 작은 섬이 눈에 들어왔다
한가운데에 있는 기와지붕으로 저기가 우한대학교라는 걸 알 수 있다. 왼편의 작은 구릉은 락가(珞珈)산, 이 블로그의 이름이다.
동호에서는 다양한 레포츠 활동이 펼쳐지고 있었고, 관광객을 상대로 배를 태우는 상행위도 물론 많았다. 물 건너편으로 보이는 우한대학교는 비록 보기에는 가깝지만 육로로 가면 한참을 돌아가야 했기에 택시를 잡듯 배를 잡아타자고 농을 하기도 했다. 나아가 수영이라도 해서 가는 건 어떠냐는 헛소리를 해보려는 데..
아저씨 한분이 옷을 훌렁훌렁 벗더니 정말 동호로 들어갔다. 모터를 단 배들이 다니는 곳에서 수영하는 게 안전할까도 걱정이 되었지만 그보다 수질은 괜찮나 싶었다. 공원 내에 호수물을 이용하는 듯한 워터파크가 있기는 했지만 말이다. 주변을 둘러싼 관중들의 걱정어린 시선을 묵묵히 등으로 받아내며 호수로 들어간 저 아저씨의 용기는 더운 날 홀로 누리는 시원함으로 보상받았으리라.
동호는 자연호에 기반해 인공적으로 확대된 호수로 예전에는 장강과 연결되어 있었다고 한다. 예전부터 유명해 호수 공원 내에 있는 마산(磨山)에 유비가 시찰한 적도 있었다고, 마오쩌둥은 여기를 44차례나 보러왔단다. 중국 공산혁명의 유명한 장군인 주더도 "동호는 잠시 서호가 좋도록 놔두고 있을 뿐, 앞으로는 동호가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시구를 남겼다고 한다. 동감한다.
곧대로 걸어가면 큰일난다
그 시구에 걸맞은 관광지다. 5A급 풍경구이기도 하다. 지나다니며 굉장히 호화스럽고 멋있는 호텔을 얼핏 본 적이 있어서 알아봤더니 중국에서 외교적인 행사가 있으면 그곳에서 거행하기도 한다고 한다. 국빈을 데려다 보여줄만한 장소인 것이다. 우한에 왔다면 한번쯤 들려 호수변을 거닐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고로 우한에 들리는 일이 있다면 동호가 더 유명해지기 전에 오시라. 끝~
'중국(2017.2~) > 여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07. 호남성으로, 봉황고성과 장사 (0) | 2017.05.28 |
---|---|
06. 강남수향. 항저우와 쑤저우 (0) | 2017.05.15 |
05. 근대의 중심 난징, 운하의 도시 양저우 (1) | 2017.04.26 |
#01.고물디엔동 (12) | 2017.04.08 |
04. 함께 떠난 장가계 (1) | 2017.04.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