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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2017.2~)/여행기

06. 강남수향. 항저우와 쑤저우


5월 1일을 전후로 중국에는 노동절 연휴가 있었다. 듣고 온거보다 짧은 연휴였지만, 남들은 다 그때 여행을 가더라. 나는 그 기간 학교에 남는 대신 중국의 연휴기간이 끝나고 한국의 연휴기간이 시작된 5월 3일 항저우로 출발했다. 일찍이 항저우가 아름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에 여친님이 중국에 오실 때 들리자고 남겨놨었다.



쑤저우 : 졸정원, 산탕지에(山塘街),호구탑(虎丘)


여행기간 중 하루를 잡아 쑤저우를 당일로 다녀왔다. 지도 상으로 보기에 가까워 금방가겠거니 했는데 항저우에서 2시간 가까이 걸리더라. 타고나서야 상해를 지나가는 경로인 것을 알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상해 갔을 때 가는 건데..


졸정원


쑤저우에서의 첫 목적지는 기차역에서 가까우면서 검색 순위 상위에 올라있는 졸정원이었다. 16세기에 건립된 중국 고전 정원의 대표격으로 중국 4대 정원에 속한다고 한다. 

비오는 평일 날에도 사람이 많다


중국에서는 몇 대 무엇무엇하는 표현이 많은데, 한적한 여행을 즐기고자한다면 그런 곳은 최대한 피하는 것이 좋다. 습기가 불쾌함을 더하기도 했지만 우산에 맞아가면서 관람을 하는 것이 영 유쾌하지 못했다. 


연못이 크게 조성되어 있었다


사실 우리나라에는 중국, 일본에 비해 정원 문화가 두드러지지 않은 편이다. 조선시대의 검약적인 유교사상의 연유일 수도 있고, 중국의 상인이나 일본의 봉건영주와 같이 막대한 재화를 끌어모을만한 계층 내지는 계급이 없었기 때문 일수도 있다. 대신 우리나라는 정원 내에 연못을 파고 산을 흉내내기보다는 연못가 또는 산골에 직접 집을 지었다.



여행을 다니며 이런 저런 '원'들을 많이 다녀본 분이라면 지나쳐가셔도 좋을 것 같다. 아, 가짜 매표소가 많으니 주의하시기 바란다.


산탕지에 초입 즈음에서


흔히 쑤저우나 항저우나, 물이 많은 동네라는 뜻에서 강남수향이라고 불리우는데, 이곳 산탕지에에서 그러한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동네 사이사이에 물길이 나있는 모습이 꽤나 이국적이었다.


실제로 주민들이 거주한다

날만 좋았어도 탈 뻔했다

산탕지에는 특별한 볼거리는 없고, 위와 같은 풍경에 관광객을 상대로 영업하는 점포들이 많았다. 사실 중국하면 떠올릴만한 차나 도자기, 비단 따위를 일상적인 장소에서 보기는 쉽지 않다. 차만해도 상당히 번거롭고 어떻게 보면 돈이 많이 드는 취미라 제대로 챙겨마시는 사람은 잘 없기도하고, 외지인을 상대로 사기를 치기가 용이한 그런 물건들은 다들 아무래도 타오바오에서 구매하는 편이다. 굳이 그런 물건들의 실물을 보고 사야겠다면 바로 이런 장소로 오면 된다. 요리저리 들어가서 물건들을 구경하면서 시간을 보내고는 했다.

입구에서 금을 연주하시고 있었다


다음으로는 호구산으로 갔다. '오' 지역 제일의 명승지라는데, 산은 아니고 그냥 구릉이라고 하는 게 어떨까. 소동파가 일찍이 '쑤저우에 와서 호구에 오지 않는다면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호구탑

벽돌탑이다 중간중간 깨끗하게 발라진 시멘트는 무시하자


호구탑은 북송의 시작과 함께 완공된 천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탑이다. 규모가 정말 크다. 사실 호구산 자체는 그다지 볼것이 많다고 느끼지 못했지만, 소동파가 이 탑 위에 올라가서 놀고 저렇게 말한 거라면 동감할 수 있겠다.

다만 지금은 올라갈 수 없다. 이 탑이 점점 기울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동양의 피사의 사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때문에 호구에 들리지 않아도 소동파가 유감스러워 할 것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호구 역시 5A급 경구로 공원이 잘 조성되어있다

공연도 한다.다만 기다려서 봤다가는 유감이 생길 수 있다.


호구산 아래쪽으로 내려오자 분재로 장식된 구역이 있었다. 앞서 졸정원에서도 이런 구역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쑤저우의 특산인가보다. 산에 있는 나무를 뽑아서 정원에 심고, 살아 있는 나무를 눌러서 방안에 들여 놓는다. 예전에도 말했지만 동양적인 것이이 반드시 자연적이지는 않다. 짧은 쑤저우 여행은 이렇게 끝마쳤다.




송성 천고정


송성 북문에 당도해서. 테마파크 느낌 제대로다


다시 항저우로 돌아와서, 항저우에 두 가지의 유명한 공연이 있다는 데 그 중 하나가 서호에서 하는 인상서호, 나머지는 이곳 송성에서 하는 천고정(千古情)이다. 송성가무쇼라고도 알려져 있는 데,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공연이라고 한다. 평이 하도 좋아 학생 2만원, 일반인 5만원에 달하는 비싼 요금에도 불구하고 보러갔다.


송성가무쇼 외에도 크고작은 공연들이 있다


저 표값에는 공연장을 둘러싼 송성 테마파크 입장료가 포함되어 있다. 항저우가 남송의 수도였다보니, 말 그대로 송나라 시대를 컨셉으로 지어진 테마파크이다. 현금을 송나라 시대의 화폐인 교자로 환전하라는 등 그 시대 분위기를 내보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보고 놀거리가 많지는 않았다.


즐겁게 뛰놀며 면역력을 함양하는 일석이조의 시설


그래서인지 유독 수학여행을 온 아이들이 많았다. 사진 속 아이들은 중고등학생이라 상관할 바가 없었지만 문제는 초딩들. 이윽고 공연이 시작되자 그들은 아무 제재 없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공연이라는 천고정을 지옥의 아수라장으로 만들어버렸다. 


남송 황궁의 화려함

을 조공온 인도, 이슬람 무녀들의 춤으로 보여준다


공연은 여러 파트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항저우를 수도로 삼았던 남송의 화려함을 보여주는 것이 제 1부분이었다. 화려함에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벨리 댄스를 추는 무희들이 나와 황제 앞에서 춤추는 모습을 보고는 고개를 기우뚱하게 되었다. 조공 사절의 공연을 재현해 그것으로 화려함을 보이는 것이다. 


아리랑도 공연한 적이 있다고 한다. 공연 내용이 당시 남송의 형편과 괴리감이 있는 것을 떠나서 남송의 화려함을 굳이  주변을 깔아내림으로써 부각시켜려 한 것이 유감스러웠다.


창 끝으로 폭죽을 발사하는 민족 영웅 악비

항저우의 아름다움, 서호


공연은 명성에 걸맞게 볼거리가 매우 풍성했다. 그러나 화려한 공연과 별개로, 관중들의 관람 매너가 심각하게 안좋아 관람 경험의 질은 매우 낮았다. 앞서 말한 초딩들이 토악질을 하듯 소리를 질러도 선생들은 제지를 하지 않았고, 다른 관객은 신경도 안쓰는 듯 뭐가 살짝 안보인다 싶으면 일어서는 게 기본이었다. 귀빈석도 다를바 없다.


앞자리 커플이 일어서서 앉지를 않아 정중히 부탁까지 했지만 잠깐 앉는 척만하다가 다시 일어서더라. 아무 제지를 받지 않은 초딩들도 저들과 똑같은 어른으로 자랄 것이다. 공연을 보고 나왔을 즈음에는 분노와 짜증을 초월하기 전에는 절대 중국에서 공연을 보지 않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인상서호는 그 이유로 보지 않았다. 



서호


서호 동변. 분위기 좋은 가게들이 많았다


서호는 한국에도 잘 알려진 유명한 관광지다. 앞서 호구를 찬양한 바가 있던 소동파가 극진히 사랑한 호수다. 날씨 따라, 계절 따라 풍경이 시시각각 변한다고 극찬을 할 정도이다. 


호수 물 아래로는 물고기 노는 모습이 보인다

호수 밑의 물고기 보다 위의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정말 그의 말 대로 아름답다. 우선 서호 자체를 둘러싼 공원이 크게 조성되어 있다보니 항저우에 머무는 기간 여러 차례 서호를 찾게 되었다. 걷고, 자전거도 타고, 배도 탔다. 


미숙한 조종 실력으로 인해 진로 방해를 해버렸다

사람을 최대한 피해서 찍은 것이다


서호 10경이니, 날마다 풍경이 다르다느니 아름답다고 한다. 서호의 풍경에 대한 과장스러운 찬사는 인터넷 검색으로만도 무수히 많이 발견할 수 있다.


다만 유명한 만큼 정말 사람도 많다. 서호 관람을 하겠다면 무조건 평일에 갈것을 추천한다. 저녁시간에는 벗어나기가 영 힘들어지니까 미리미리 탈출하자. 또 알려드릴 만한 정보로는 절강대학교 옥천캠퍼스 남문 근교에 있는 거리에 가면 디엔동을 빌릴 수 있고, 서호의 서변에서는 30분당 20원하는 가격으로 배를 빌려 탈 수도 있다. 




항저우 이모저모


블로그에 올릴만한 사진은 찍지 못했지만, 항저우 시내도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항저우의 인상은 상해의 화려함과 오랜 도시로서의 고즈넉함을 다 갖춘 도시라고나 할까. 겉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생활수준도 높아보였다. 우한대학교가 아니라 이 곳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했어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절강대학교 옥천캠퍼스. 앞에 서있는 것은 마오쩌둥 동상이다

도서관


절강대학교 옥천캠퍼스 남변에 카페거리가 있다는 정보를 접하고 찾아가는 김에 학교도 구경했다.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부유한 지역에 있어서 그런지 학교 시설이 우한대학교보다는 좋은 편이었다. 그래도 캠퍼스가 작다. 아, 항저우는 절강성의 수도다.


절강대학교 북문을 나와서는 그 유명한 알리페이 건물도 볼 수 있었다. 그 무시무시한 알리바바의 본사가 이곳 항저우에 있다고 한다. 온라인 커머스를 독점한데에 이어 즈푸바오로 개개인의 일상적인 거래까지 장악해 나가고 있다. 그 편의성을 저버릴 수가 없어 나도 이용하고는 있지만, 때로는 어딘가에 쌓이고 있을 나의 거래내역들에 대해 막연한 우려가 생기기도 한다.


청하방

청하방에서 남송어가로


항저우를 찾는 관광객이 많다보니 관광객을 위한 단지도 마련되어있다. 송나라 시대를 따라 조성했다는 남송어가, 청나라 시대를 따랐다는 청하방 지역. 볼거리가 많지만 공통적으로 비싸다. 항저우는 역시 녹차의 일종인 용정차가 유명한데,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면 타오바오로 사서 호텔에서 받는 것이 좋을 것이다.



간식거리를 많이 팔기도 한다. 한국에서 잠깐 이곳 항저우로 넘어오신 분이라면 이런 곳에 들려 중국 길거리 음식들을 먹어보는 것도 괜찮다. 여자분들이 좋아하는 류의 음식들이 많다.


여기는 밤생활도 활발하다


호텔 주변에 야시장이 있어 지나는 길에 구경하다가 선글라스 하나를 가판대에서 집어서 써봤는데, 살맘도 없었거니와 120원이나 한다길래 내려두고 갔다. 아재가 쫓아오더니 바로 60원으로 50%할인을 해준다. 안산다고 가니까 가격을 깎기를 두 차례, 결국 그의 애처로운 눈빛을 못 이기고 1/6의 가격으로 샀는데 아직까지도 한번도 안 썼다. 젠장.

야시장 뿐만 아니라 맛있는 먹거리도 많이 팔았다. 혼자다닌 여행과는 달리 이번에는 밤마다 정말 맛있는 음식들을 많이 먹으며 다녔는데, 항저우는 식도락을 즐기기에 괜찮은 도시인 듯 했다. 여행하실 분들에게는 Dianping이라는 앱을 추천해드리고 싶다. 주변 식당들을 검색해 평을 보고,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음식들에 대한 소개는 언제 다른 기회가 있을 때 따로 작성하겠다.

끝~